
미담타임스 김준완 기자 | 한반도에 가을이 내려앉았다.
푸른 하늘 아래 선선한 바람이 불고, 산과 들에는 단풍이 물든다.
이 계절, 누군가는 붉게 물든 산길을, 또 누군가는 푸른 바다 옆 해안길을 걷는다. 그 모든 풍경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경북 울진이다.
지난 1월, 수십 년의 염원이 담긴 동해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울진은 ‘육지 속 외딴 섬’이라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철도 관광 시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서울에서 KTX 환승을 거쳐 반나절이면 닿을 수 있는 동해의 청정도시 울진은 이제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자연’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울진군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 해온 테마형 걷기길 콘텐츠는 철도 접근성과 시너지를 내며 전국 걷기 여행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울진군 전역에 조성된 걷기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를 넘어, 자연과 문화, 치유와 회복이 공존하는 복합형 힐링 공간이다.
길마다 각기 다른 얼굴로 사계절 내내 여행자를 맞이하며, 걷는 속도만큼 천천히 그러나 누구보다 깊이 울진의 풍경과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행이다.
지금, 그 길을 함께 걸어보자.
금강소나무숲길 – 천년 숲의 숨결을 걷다
금강송면에 위치한 ‘금강소나무숲길’은 국내 유일의 금강송 천연림을 따라 조성된 국가 숲길로, 약 500년의 세월을 견뎌온 금강송 군락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다.
단순히 걷는 길이 아니라 숲의 역사와 생태, 사람과 나무의 공존을 배우는 해설형 트레킹 코스로 운영된다.
특히 가을철에는 녹음과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의 색감을 선사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탐방객의 자연 훼손을 막고 숲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하루 탐방 인원이 제한된다.
대중교통보다는 차량 접근이 유리하고 일부 구간은 경사가 있어 체력적 여유가 있는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그러나 깊은 숲속의 고요함과 치유감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코스다.
왕피천생태탐방로 – 생명이 숨 쉬는 자연 속 생태여행
금강송면과 근남면을 잇는 왕피천 생태탐방로는 울진의 원시 자연을 가장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생태길이다.
왕피천은 경북에서 가장 청정한 하천 중 하나로 꼽히며, 주변 숲과 계곡, 습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희귀 식물이 서식하는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이 탐방로는 불영사, 찬물내기습지, 통고산자연휴양림 등 다양한 자연·문화 자원과 연결되어 있어, 걷는 동안 생태 해설과 역사 이야기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트레킹 난이도는 중간 이상이며,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예약을 통해 정해진 인원만 출입할 수 있다.
일부 구간은 길고 접근성이 낮아 가족 단위나 고령자에게는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자연과의 진정한 교감을 원하는 여행자에게는 울진이 내미는 최고의 초대장이라 할 수 있다.
해파랑길 – 동해를 품은 걷기길, 일출과 낭만의 길
후포항에서 죽변항까지 이어지는 울진 해파랑길(24~27코스)은 약 76km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코스로, 드넓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을 배경으로 걷는 낭만적인 길이다.
특히 울진 구간은 망양정, 후포등대, 죽변항 등 명소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사진을 찍거나 지역의 해산물 요리를 맛보는 즐거움도 더한다.
가을에는 높고 푸른 하늘 아래 한적한 해안길이 여행자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전 구간이 평지 위주로 조성되어 있어 초보자나 가족 단위 여행객도 부담 없이 걷기에 적합하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울진의 바다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파랑길은 가장 낭만적이고 포토제닉한 코스로 꼽힌다.
특히 철도 이용객이 후포역 또는 울진역에 도착해 곧바로 접근할 수 있어, 철도 연계 관광지로서도 강점을 지닌다.
동서트레일 – 바다에서 산으로, 울진을 관통하다
동서트레일(52~55구간)은 울진군의 해양과 산림을 하나의 길로 연결하는 장거리 도보 코스로, 망양정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울진읍을 지나 하원리까지 이어진다.
트레킹을 하며 동해의 푸른 바다와 금강송 숲의 깊은 녹음을 모두 만날 수 있는 이 코스는 ‘하루 안에 울진을 종단하는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개발 중이다.
트레킹 중간마다 만나는 울진의 생활문화와 농촌 풍경은 이 길에 따뜻함과 이야기를 더한다.
코스가 길고 일부 구간은 이정표나 편의시설이 부족해 중상급자에게 적합하며, 울진군은 이 트레일을 장기적으로 브랜드화해 전국 걷기 동호인과 도보여행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히려 조용하고 깊이 있는 도보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숨은 보석’ 같은 길이다. ‘울진을 진짜로 느끼고 싶다면, 바다에서 산까지 걸어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신선계곡·덕구계곡 – 온천과 함께하는 힐링 계곡길
북면과 온정면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 계곡길은 숲과 물, 온천이 어우러진 울진만의 힐링 트레일이다. 맑은 계곡수를 따라 조성되어 여름엔 피서지로, 가을엔 단풍 속 치유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특히 덕구계곡은 우리나라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덕구온천)과 연결되어 트레킹 후 온천욕으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바닥이 평탄하고 숲 그늘이 이어져 노약자나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다만 성수기에는 혼잡할 수 있고, 일부 구간은 수위에 따라 출입이 제한되기도 한다.
접근성도 뛰어나며, 약 1시간 남짓한 짧은 코스로도 숲과 물길의 청량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걷기 초보자에게도 추천된다.
계곡과 바람소리 외엔 들리지 않는 길 위에서, 여행자는 비로소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평해 명품 맨발걷기길 – 맨발로 걷는 감성 치유의 길
평해 월송정 인근에 조성 중인 ‘평해 명품 맨발걷기길’은 울진군이 해양치유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대표 힐링 콘텐츠다.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발바닥의 감각을 깨우는 자연 치유형 트레일로 자연 소재인 황토를 활용해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됐다.
발바닥 자극은 혈액순환을 돕고 피로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며, 자연의 질감을 직접 느끼며 걷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이완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바다를 옆에 두고 이어지는 해양경관형 힐링로드로도 주목받는 이 길은, 가을하늘 아래 바다 바람, 부드러운 황토의 촉감이 어우러져 걷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시간을 만든다.
울진군은 이 트레일을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닌 감성적·회복적 웰니스 콘텐츠로 육성하고 있으며, 명상·요가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평해 명품 맨발걷기길은 울진의 청정한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함께 쉬게 하는 새로운 치유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울진의 길을 걷다 보면 자연이 주는 위로와 함께 ‘진짜 여행’의 의미를 다시 느끼게 된다.
철도와 함께 가까워진 울진은 이제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머무는 치유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깊은 숲의 숨결, 바다의 향기,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어우러진 울진의 걷기길은 바쁜 일상 속 쉼표이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행길이다.
다가오는 계절, 기차를 타고 금세 닿는 울진으로 떠나, 걸음마다 물드는 가을의 풍경과 청정한 자연 속 힐링의 시간을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