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타임스 조혜리 기자 | 579돌 한글날, 제주도민들은 한글과 제주어의 가치를 되새겼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8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말의 뿌리를 지켜온 제주어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9일 오전 10시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세상을 밝히는 빛, 한글/불휘를 지켜온 말, 제주어’를 주제로 579돌 한글날 경축식을 열었다.
행사 주제는 한글이 백성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창제돼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됐듯, 제주어는 ‘불휘(뿌리의 옛말)’처럼 우리말의 소중한 근원을 간직해온 언어유산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제주도는 경축식을 통해 제주어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축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제주도의회 의장, 제주도교육감 등 주요 기관·단체장과 한글 및 제주어 관련 단체, 학생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경축식은 제주어교육 시범학교인 신제주초등학교 ‘지꺼진 코플레기 합창단’의 제주어 뮤지컬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어린이들의 맑은 목소리로 펼쳐진 제주 바다 이야기는 제주어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어서 국민의례, 제주도 교육감의 훈민정음 서문 읽기에 이어 한글의 우수성과 세계로 확산되는 한글과 제주어 사례를 소개하는 기념영상이 상영됐다. 제주콘텐츠진흥원이 제작한 영상은 외국인들에 의해 조명된 한글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한글과 제주어가 세대를 이어 전승돼야 할 우리의 심장이자 혼임을 강조했다.
제주도지사 표창은 제주학연구센터 권미소 씨, 제주어보전회 강순복 씨, 한글사랑서예모임 노명숙 씨, 제주어로 노래하는 제라진 소년소녀합창단이 받았다. 또한 제24회 한글사랑서예대전 한글으뜸상은 고장립 씨가, 아름다운 제주어 간판상은 제주시 애월읍 소재 식당 ‘잇수다’(대표 이진우)가 수상했다.
오영훈 지사는 경축사에서 “한글은 배우기 쉽고, 아름답고, 과학적인 문자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게 품으려고 하는 평등과 위민(爲民)정신이 담겨 있다”며 “위대한 한글 덕분에 우리 민족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어는 제주만의 유산이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우리 민족 모두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언어학적으로는 소멸위기이지만, 문화적·사회적으로 제주어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오는 11월에 ‘제주어왓’이라는 제주어대사전 웹사전을 열 것이고, 내년부터는 인공지능(AI)기반 제주어 번역기도 개발할 것”이라며 “제주어와 제주의 문화는 이제 제주의 경쟁력”이라고 덧붙였다.
축하공연에서는 제3회 전국지역어합창페스티벌 참가팀들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서울·경기 지역의 다올여성합창단, 경상 지역의 보리스텔라팀과 제주 어린이들이 한 무대에 올라 ‘홀로아리랑’과 제주 전통 노래 ‘감수광’을 함께 불렀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합창단이 하나 된 목소리로 제주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언어와 문화의 화합을 상징하는 뜻깊은 장면이었다.
행사장에서는 한글서예사랑모임의 서예대전 전시, 제주어와 제주의 풍속, 역사, 자연을 담은 제주어 그림, 꿈바당어린이도서관에서 준비한 제주어 창작 작품 전시, '제주어가 걸어온 길' 자료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한편, 제주도는 한글날을 맞아 이번 행사의 보도자료를 표준어와 제주어 두 가지로 제공했다. 제주어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소통 도구로서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도로, 제주어의 일상적 사용을 장려하고 공식적인 위상을 높이며,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보존하고 확산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