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담타임스 김교환 기자 |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행정학과 최상한 교수가 자연과 사유, 그리고 삶의 속도를 다시 묻는 여행 에세이 《파타고니아를 걷다–자연이 여는 사유의 길》(지앤유, 303쪽, 1만 8000원)을 펴냈다.
이 책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파타고니아 여행기다.
평범한 대학교수인 저자가 홀로 배낭을 꾸려 멀리 떠난 여행기로 시작하지만, 질문과 사유를 거듭한 끝에 지금 여기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기록이 됐다.
파타고니아는 지도의 끝에 있는 땅이 아니라, 질문을 품고 살아온 한 사람이 자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선택한 장소다.
“나는 파타고니아를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여정은, 결국 “나는 지금, 어디쯤 걷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깊어진다.
이 질문은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의 마음으로 옮겨온다.
이 책에서 파타고니아 여행은 화려한 정복의 서사가 아니다. 계획은 번번이 어긋나고, 몸은 생각보다 느리며, 바람과 비는 예고 없이 길을 막는다.
하지만 저자는 멈춘 자리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듣기 시작한다.
걷는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내 안에 쌓아 두었던 질문을 하나씩 꺼내는 일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길 위의 사색은 풍경이 되고, 침묵은 문장이 된다.
토레스 델 파이네의 거친 바람 속에서 삶의 속도는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발걸음 속에서 저자는 ‘천천히 사는 법’을 몸으로 배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불안했던 마음은, 어느 순간 쉼이라는 이름을 되찾는다.
자연 앞에서 작아지는 경험은 패배가 아니라 해방이 된다. 이 책은 그 감각을 과장하지 않고, 담담한 언어로 건넨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여 온 젊은 독자에게 깊은 공명을 일으킨다.
피츠로이를 마주한 순간, 질문은 잠시 멈춘다. 오르지 않아도 충분한 풍경, 증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존재.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문장은 목표와 성취에 지친 우리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이 장면은 여행의 정점이자,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단단한 메시지다. 삶은 늘 정상에 있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는 것.
《파타고니아를 걷다》는 여정(1~3장), 사유(4장), 그리고 23일간의 일기(5장)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기와 명상 수필, 기록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며 읽는 이를 ‘읽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걷는 사람’으로 만든다.
특히 7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불러낸 여행 일기는, 잊힌 감정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는지를 보여 주며, 기억의 진정한 힘을 증명한다.
이 책은 길을 떠나고 싶은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방향을 잃은 채 제자리에 서 있는 사람,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묻고 싶은 모든 이에게 건네는 조용한 동행이다.
《파타고니아를 걷다》는 말한다. 길은 멀리 있지 않다고. 발끝에서 시작해, 마음속에서 천천히 열린다고.
최상한 교수는 경상국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연구해 온 학자다. 그는 학자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여행자의 걸음으로 자연을 이해해 왔다.
이번 저서에서 저자는 파타고니아의 바람 속에서 인간과 자연, 문명과 자유의 관계를 성찰하며, 삶의 현장에서 사유를 실천하는 글쓰기를 이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