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담타임스 황명수 기자 | 제주는 익숙한 여행지다. 푸른 바다와 검은 현무암, 오름과 바람, 그리고 수많은 관광 명소. 그러나 이 책은 묻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제주가 과연 제주일까.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풍경 너머에는, 아직 보지 못한 또 다른 제주가 존재하지 않을까.
경상국립대학교출판부가 발간한 《제주에서 우리는 다른 곳을 본다》(지혜의산, 296쪽, 2만 원)는 단순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다.
철학자와 소설가, 두 저자가 함께 걸으며 발견한 제주를 통해 자연과 인간, 시간과 기억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탐색하는 인문학적 답사기다.
숲과 바다, 바람과 돌이 만들어 낸 섬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 순간 관광지의 제주가 아니라, 수백만 년의 시간과 인간의 역사가 켜켜이 쌓인 거대한 지층 속을 걷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지혜의산’은 경상국립대학교 출판부의 임프린트 브랜드이다.
이 책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제주라는 섬의 지질학·생태학적 깊이다. 제주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가 지정한 ‘3관왕’ 지역이다.
세계자연유산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이며,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된 이 섬은 180만 년에 걸친 화산 활동이 빚어낸 살아 있는 자연의 기록이다.
고산리 유적지에서 시작해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협재와 비양도, 수월봉 지질 트레일, 오름과 용암동굴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제주의 지질·생태 명소들을 따라 걸으며 화산섬 제주가 탄생하고 변화해 온 긴 시간을 읽어 낸다.
그러나 제주는 자연만의 섬이 아니다. 이 땅에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은 바람과 돌 사이에서 자신만의 삶과 문화를 만들어 왔다.
책의 후반부는 한라산 신화와 설문대할망 전설, 해녀의 삶, 곶자왈 숲과 연산호 군락, 그리고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생명의 이야기까지, 제주 사람들이 자연과 맺어 온 관계를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제주 4·3의 기억이 남아 있는 동굴 이야기처럼, 이 섬의 아름다움 속에는 역사와 삶의 흔적 또한 깊이 새겨져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인류세’라는 현대적 문제의식이다. 인간이 지구의 기후와 생태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아야 할까. 저자들은 제주를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지구의 심층 역사를 읽을 수 있는 살아 있는 교과서로 바라본다.
우리가 딛고 선 땅 아래에서 일어났던 화산의 폭발, 그 위에 형성된 생태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온 인간의 역사까지—이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 주며 ‘행성적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거운 학술서만은 아니다. 두 저자는 때로는 함께, 때로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제주를 바라본다. 철학자의 사유와 소설가의 감각이 교차하면서 풍경은 이야기로, 지질은 기억으로, 장소는 하나의 서사로 살아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길을 실제로 걷는 듯한 생생한 여행의 경험을 함께하게 된다.
《제주에서 우리는 다른 곳을 본다》는 제주를 처음 찾는 이에게는 깊이 있는 안내서가 되고, 이미 여러 번 제주를 다녀온 이에게는 전혀 다른 섬을 발견하게 하는 책이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선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제주를 새롭게 보게 된다. 그리고 그때, 제주는 더 이상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 시간과 이야기가 중첩된 하나의 거대한 세계로 다가온다.
특히, 이 책은 제주도를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모티브에서 착안해, 독자가 직접 책 표지를 꾸밀 수 있도록 제작했다. 책 안에 동봉된 색실과 바늘을 가지고 나만의 제주도 지도를 직접 그려보는 독자 체험형 책이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저자]
심귀연 대구교육대학교 학술연구교수, 오이코스인문연구소 공동대표. 철학자로서 느슨한 연대를 통한 생태적 삶에 관심이 있다. 경상국립대학교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했으며, 지금은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철학의 현재를 살피고 있다. 지은 책으로 《신체와 자유》, 《몸과 살의 철학자 메를로–퐁티》, 《취향》, 《내 머리맡의 사유》, 《모리스 메를로퐁티》,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 《인공지능의 몸들》 등이 있고, 《우리에겐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 등을 함께 썼다.
김운하 소설가, 인문학자로서 오이코스인문연구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고래의 안부 바다의 마음》이라는 책을 내며 생태주의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137개의 미로카드》 등의 소설과 《우연의 생》,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등의 인문서를 썼다. 공저로는 《우리에겐 더 많은 돌봄이 필요하다》, 《인류세와 에코바디》 등이 있다.












